Jun 6, 2012

 갈매기 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였다. 바다 근처라 그런지 갈매기가 많이 날아다닌다. 오늘은 오후에 이스탄불에서 한국 회사에 다닌다는 귤[Gül]을 만났다가, 저녁에는 베르나[Verna]의 촬영이 있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할리메[Halime]에게 연락이 왔다. 베르나의 집은 어떤지, 잘 챙겨 주는지, 아침 밥은 차려주고 나갔는지 등 나의 안부를 물으며, 끼니는 어떻게 떼울 것이냐며 자기 회사 근처에서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할리메의 회사가 있는 곳은 카라켜[Karaköy]. 지도를 보니 대충 3km의 거리,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그렇게 점심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섰다.


Beşiktaş,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대략 한 시간 걸어서 할리메의 회사가 있는 카라켜[Karaköy]에 도착했다. 할리메의 회사 바로 앞에 있는, 할리메가 식사하러 자주 간다는 식당으로 갔다. 발코니에 앉아서 이스탄불 시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할리메는 한국에 한 달간 놀러다녀온 친구 이야기를 했다. 본인도 빨리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놀러가고 싶단다.











 식사를 주문하고, 내가 주문한 것은 빨리 나왔는데, 할리메의 음식은 30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식당에서는 미안하다며 할리메의 음식값은 받지 않았다. 할리메는 자신의 부담이 반으로 줄었다고 좋아했다.





 식사를 마치고, 할리메는 사무실로 돌아갔고, 나 혼자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였다.

Karaköy, Istanbul, Turkey







Karaköy, Istanbul, Turkey







거리에 있는 화장실은 모두 유료라 무조건 집에 갈 때까지 참고 다녔다.







Karaköy, Istanbul, Turkey



 해협을 가로지르는 갈라타 브릿지[Galata bridge] 밑에는 우리나라의 잠수교처럼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되어있는데,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했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Galata bridge, Istanbul, Turkey






 저 멀리 빌딩만한 크기의 크루즈가 보였다. 이스탄불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보니 크루즈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다리 중간 부분엔 전망용 휴게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잠시 쉬며 일기도 쓰고, 혼자의 시간을 가졌다.
 관광 온 독일인 부부가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니 "니하오"라고 인사를 했다. 그건 중국어라고 했더니 미안하다며 웃었다.

at Galata bridge,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나중에 귤을 만나러 갈 땐, 해협을 건너 아시아 지역으로 가야하는데, 페리[ferry]를 이용해야했다. 비단 관광의 목적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대중 교통으로써 많이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한강 수상 택시 사업이 생각났다. 내가 생각하기엔, 시민들의 활동 반경과 선착장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접근성이 너무 낮은 것이 실패 원인인 거 같다. 여기는 사무실, 혹은 트램,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선착장이 있으니 대중 교통으로서 페리가 매력적인 수단일 수 밖에 없다.

Istanbul, Turkey



 다리 위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 근처엔 고등어 샌드위치가 유명하다던데, 돈 아끼느라 먹어보진 못하였다.

Galata bridge,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눈에 흔히 띄는 HSBC의 ATM, 씨티은행은 찾기 힘들다.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길에서 옥수수를 파는 청년이 옥수수집개로 흥겨운 리듬을 연주했다. 비디오 촬영 해도 되냐니까 좋다며 찍으라고 했다.
 이스탄불에선 무단횡단이 비일비재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차가 돌진해도 무단횡단을 한다. 운전자들도 그러한 문화가 익숙해서인지,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어도 속도도 줄이지 않고, 멈추지도 않는다. 처음 그러한 광경을 보았을 땐, 행여 사고라도 날까봐 아찔했지만, 나중엔 나도 빨리 빨리 무단횡단을 했다.

빨간불이어도 상관없는 사람들



 페리 선착장으로 가서 페리 시간과 노선 정보를 물었다.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여행객이냐며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코레!"(코리아) 하면서 반가워했다. 나의 이름을 묻는가 하면, 자기들 소개도 했다. 내가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니, 갑자기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며 진지하게 포즈를 취했다.

상당히 발랄하고 친절했던 아저씨, 사진의 모습보다 100배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저 멀리 떠나가는 크루즈선, 웬만한 빌딩보다 큰 배가 움직이니 사람들이 구경을 한다.







내가 타고 갈 페리가 온다.


 이스탄불은 재미있는 것이, 해협을 기준으로 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 하나의 도시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오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페리는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2층에 타면 실외석이라 바람을 쐴 수 있었다.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페리를 타고 가다가 해협 가운데 탑이 있는 것이 보였다. 이스탄불의 명소 중 하나라고 했었는데, 다음에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Istanbul, Turkey


 15~20분 후, 페리는 어느덧 아시아 지역에 다다랐다. 선착장에는 페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 것 같았다.

Istanbul, Turkey



 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카페로 가서 대화를 나눴다. 한국 기업인 STX의 이스탄불 지점에서 근무하는데, 영어를 꽤 잘 했다. 최근에는 자기계발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본인의 아버지가 가족 빌딩을 지어서 가족들이 모두 그 빌딩에 산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 일정상 시간이 나질 않아 안타까웠다.



 대화를 나누다 베르나와의 약속 시간이 다가와서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났다. 사실 오늘 귤과 만나기 전에 귤이 내게 약속한 것이, 본인을 만나면, 나를 베르나와의 약속 장소까지 약속 시간 내에 데려다 주기로 한 것이다.

Üsküdar, Istanbul, Turkey



 귤과 함께 페리를 타고 돌아가는 동안, 이스탄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갈라타 타워[Galata tower]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대략 300~400년 전에 날개를 만들어, 갈라타 타워에서부터 해협을 건너, 아시아 지역으로 날아가는데 성공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이 그를 찬양하자 왕이 감옥으로 보냈다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실화라고 하니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페리에서 내린 후 지하철로 환승했다. 음료에 페리, 지하철 요금까지 다 계산을 해주니, 비록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참 고마웠다.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귤이 지하철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는데, 특히 이 지하철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라 했다.





 또한 도르레로 밧줄을 감듯, 케이블을 이용한 동력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었다.






 계단을 올라 개찰구를 통과하여 나가는데, 정말 우연히도 베르나를 그곳에서 만났다. 베르나도 놀라고 반가워했다. 덕분에 따로 약속 장소로 갈 필요 없이 바로 함께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귤은 오늘 대화가 너무 짧았으니, 다음에 기회되면 다시 만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며 작별을 했다.











이스탄불에서 종종 보았던, 알 수 없는 귀여운 광고



 베르나가 오늘 촬영 일정이 취소 되었다고 했다. 미안하다며 저녁을 먹었냐고 묻고는,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잠시 들렀던 동네 가게. 알 수 없는 것들을 판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파고 들어갔다. 나도 평소 걸음이 빠른 편이지만, 베르나는 걸음이 더 빨랐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했다.




 어제 밤에 만났던 베르나의 친구, 나잔[Nazan]을 만났다. 나잔도 함께 가기로 했다고 한다. 나잔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유럽식으로 양쪽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순간 나는 이러한 인사법이 처음이라 뽀뽀는 하지 않고 얼굴만 갖다 댔더니, 나잔이 왜 뽀뽀를 안 하냐며 정색하며 물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인사하지도 않고, 더더욱 뽀뽀는 절대 안 한다고 했더니, 상당히 놀라워했다.

 우리가 간 곳은 카페였는데,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스탄불에서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식사 주문이 가능하였다.

지하 자리에 앉았다가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곧 실외 자리로 옮겼다.







실외는 음악 소리도 크고, 사람들도 큰 소리로 대화하느라 상당히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담배를 말아 피는 Nazan










 메뉴는 모두 터키어로 되어 있어서, 베르나에게 터키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라며 자신과 같은 것을 주문해주었다. 만트[mantı]라는 이름의 요리였는데,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입맛 탓에 맛있게 잘 먹었지만 양이 좀 부족해서 아쉬웠다. 마늘과 요거트 향이 어우러진 요리였다.

Manti



 식사 중에, 남자 한 명이 와서는 나잔과 베르나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가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가 와서는 나잔과 베르나와 짧게 대화를 나누곤 가버렸다. 터키어로 얘기를 하니 대체 뭔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한 명의 남자가 왔다. 이번에는 내게 악수를 청하며 짧게 인사를 하고는 우리 테이블에 합석하였다. 그리고는 또 나잔과 베르나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화가 길어졌다.





 터키어로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데, 나는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주변 사진을 찍고, 음악을 감상하고, 사람들 구경을 했다.





 대화가 계속 길어지니, 점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웬지 아까 잠시 다녀왔던 남성들이 생각나면서, 나를 어떻게 이용할지, 혹은 나를 죽인 후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공모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남자가 내게 얘기가 길어져서 미안하다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보니 영어도 잘 한다. 터키 항공사인 터키쉬 에어라인[Turkish Airline]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업무상 한국 항공사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 대해서 잘 안다고 했다. 특히, 비빔밥과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들은 인사만 영어로 할 줄 알고, 막상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한 마디도 못 하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국인들은 다 영어를 못 하는 줄 알았는데, 나를 보니까 그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겨주게 되어 조금 뿌듯했지만, 사실 이런 얘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벌써 몇 번 들었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점수를 위해서만 영어 공부를 하고, 막상 언어의 기본 목적인 의사소통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현실에 대해 속으로 다시 한 번 개탄하였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주객이 전도되어, 진정한 본질은 잊은 채, 가치 없는 것을 쫓으며 사는 모습은 흔하다.












 뒤늦게 식사 주문을 하고 식사를 마친 나잔이 보여 줄 것이 있다며 따라 오라고 했다. 뭐냐고 물어도 설명하기 힘들다고 직접 와서 보란다. 나한테만 따라오라 하길래, 베르나는 봤냐니까 베르나보다 나한테 먼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순간 평온했던 마음이 다시 긴장되었다. 나잔을 쫓아가면 어디로 데려갈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혹시 아까의 그 남자들이 숨어있는 곳으로 가는 건 아닐지.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면서도 속으론 바짝 긴장하여 나잔이 앞서는 곳으로 쫓아갔다.
 카페의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테이블 아래를 보라고 한다. 테이블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구멍이라기 보다는, 동굴 같은 규모였다. 너비도 넓을 뿐 더러, 깊이도 엄청 깊어 바닥이 보이지도 않았다. 이것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옛날부터 있었던 거라, 카페의 직원들도, 사장도 모른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고 있냐고 물으니 나잔은 예전에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한다. 아까 테이블에 찾아와 잠깐씩 대화를 나누고 간 남성들은 여기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었다.
 자리로 돌아가, 베르나에게 큰 동굴 같은 것이 있다고 하니 궁금해하며 나잔에게 자기도 보여달라한다. 정말 나잔은 베르나보다 나에게 먼저 보여준 것이었다.

정체 불명의 구멍. 아마 옛날에 우물의 용도로 쓰이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우물이라기엔 규모가 너무 컸다.



 서로의 문화와 현대의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밤이 깊어 헤어지고, 베르나와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베르나의 집에 다달아, 대문을 통과하고, 건물에 들어가 베르나를 뒤따라 계단을 오르는데, 베르나의 현관을 지나 계속 올라간다. 베르나는 짧은 영어 실력 탓인지, 그냥 "Come" 이라며 따라오라고만 한다. 계단을 오르는데도 베르나는 걸음이 빨라 저만치 앞서서 갔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니 불이 꺼진 통로 끝에서 베르나가 철문을 열며 따라오라고 한다. 나는 다시 한 번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그녀가 들어간 문을 따라 들어가니 건물의 옥상으로 나왔다. 베르나는 옥상에서 사다리를 올라 건물의 꼭대기에 올라가서는 따라 올라오라고 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 건물의 꼭대기 오르자, 보스포러스 해협과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의 야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베르나는 가끔씩 여기에 바람 쐬러 올라와 야경과 와인을 즐기곤 한단다. 바다 옆이라서 그런지 공기도 맑아 저 멀리까지 잘 보였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성능이 좋지 않은 휴대용 임시 카메라라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야경을 감상하는데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 베르나와 다시 술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눴다. 베르나가 출연했던 단편 영화와 잡지, 그리고 그녀의 작품들을 구경하며 예술에 대해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특히 Damien rice를 비롯하여 같은 음악적 취향을 갖고 있음에 반가워했다.

패션 잡지 속의 Berna



 대화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베르나가 내일 친구의 하우스 파티에 갈 예정인데 시간이 되면 함께 가자고 했다. 친구의 집에서 파티를 한 후엔, 클럽이나 바에 갈 거라며 함께 어울리면 재밌을거라 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까봐 걱정하자,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의 친구들 모두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고려해보겠다 인사하자, 베르나는 잘 자라고 인사하며 자신의 방으로 갔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