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5, 2012

 아침에 일어나 사이메[Saime]네 집으로 갔다. 마침 아침을 준비 중이었다며 반겼다.

 오늘은 이스탄불의 다른 호스트, 베르나[Berna]의 집으로 가기로 한 날이다. 오늘의 일정은, 탁심[Taksim]에 사이메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서 식사를 하고, 베르나를 만나서 인수인계(?)를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배낭에 짐을 챙겨 들어보니 정말 무겁다. 배낭에서 짐들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 무게대비 효율성이 가장 떨어지는 물건, 물티슈를 버리기로 했다. 물론 뜯지도 않은 새것을 쓰레기통에 버리진 않았고, 사이메와 할리메에게 주었다.

 배낭 짐을 챙긴 후, 나가기 전에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샤워할 준비를 하다가 화장실 천장의 전등에 부딪쳤는데, 전등의 유리 커버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화장실 바닥 곳곳이 유리 조각 투성이다. 쨍그랑 소리에 사이메가 놀라서 달려왔다. 실수로 전등에 부딪쳐 떨어트려 깨트렸다고 미안하다 사과하니, 어디 다친 데는 없냐고 묻는다. 다친 데는 없지만 화장실이 엉망이라 청소를 해주겠다고 하자, 사이메가 괜찮으니 자기가 하겠다고 나오라고 했다. 나는 안 그래도 미안한데 그럴 순 없다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깨끗이 다 청소해놓겠다고 말하며 사이메를 내쫓고 청소를 시작했다.
 왜 하필 화장실 전등 커버를 플라스틱이 아니라 유리로 만들었는지 원망스러웠다. 손에 잡히는 유리 조각들을 모두 치운 후, 깨알 같은 작은 유리 조각을 청소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싶었지만, 화장실 바닥을 항상 건조하게 유지하는 문화 탓에 그럴 수도 없었다. 휴지와 걸레로 화장실 바닥을 몇 번을 닦았는지, 온 몸엔 땀이 뻘뻘 났다. 완벽하게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 원래 계획대로 -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전등 커버의 비용은 꼭 갚겠다고 하니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라도 갚아야겠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배낭을 꾸려 짊어지고 땡볕 아래를 걷는데 정말 더웠다. 앞으로 어떻게 걸어다닐지 걱정이 됐다.

 버스를 타고 탁심으로 향하는 길, 사이메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신기했다. 우리나라 신분증에는 없는 여러 정보들이 표기되어 있었다.

Saime의 신분증 앞면, 정보 보호의 차원에서 이름을 제외한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


 특히, 뒷면의 "종교 : 이슬람[ISLAM]" 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부분이 신기했다. 신분증에 종교를 표기한다니.

Saime의 신분증 뒷면, 개인 정보 보호의 차원에서 종교를 제외한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


 버스는 어느덧 탁심 광장에 도착했다.

Istanbul, Turkey







Istanbul, Turkey







Taksim square, Istanbul, Turkey







Taksim square,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탁심 광장을 지나 탁심 거리로 들어섰다. 역시 사람이 많았다.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거리를 걷다가 몇 달 전부터 기대하던 영화 - Prometheus - 가 개봉하여 포스터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문득 한국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분명 보고 싶었던 영화는 극장에서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내 두 눈에 담는 것들은 놓쳤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어떻게든 다시 볼 수 있지만, 지금의 경험들을 내 인생에서 다시 얻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탁심 거리를 걷다가 뒷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니, 사이메가 좋아한다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었다.




 사이메가 어느날 탁심 거리를 걷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는데, 마침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전혀 기대치 않게 괜찮았단다. 그래서 그 이후, 외식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외식을 할 때는 이 곳으로 온다고 했다.





 실내 장식이 특이했다. 겉보기와 다르게 규모가 은근히 컸다. 우리는 3층까지 올라갔다.





 독립된 방마다 좌식으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드디어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셔츠에 배낭 모양으로 땀이 흠뻑 젖었다.











 영양 보충을 위해, 메뉴에서 가장 고기가 많이 들어있는 요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이름은 까먹었지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사이메는 꿀이 발라진 난 같은 것에 야채를 싸먹는 요리를 시켰다.








시범을 보여주는 Saime


  얼마 후, 퇴근을 한 할리메[Halime]도 와서 식사에 동참하였다.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직원


 식사를 마치고 나와 사이메네 집의 화장실 전등 깬 것을 보상해주고 싶어서 씨티은행[CITIBANK]을 찾아다녔는데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HSBC는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데 씨티은행은 ATM 하나 찾기도 힘들었다. 이 더운 날씨에 계속 ATM 찾아 다니려고 돌아다닐 수 없어서, 그냥 HSBC ATM에서 돈을 인출하였다. 과연 수수료가 얼마나 떼일지 걱정이 되면서, HSBC에 계좌를 만들껄하고 후회가 됐다.

탁심 광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무엇을 위한 시위인지는 모르겠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베르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다. 사이메도 함께 새 호스트를 만나고 싶어 했다. 사이메가 직접 만나서 대화해보고 나쁜 사람인지 괜찮은 사람인지 봐주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현지인이 직접 만나고 대화를 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탁심 광장 입구의 버거킹 앞에서 베르나를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근처 카페로 갔다.

Berna, Saime, 그리고 나


 베르나는 현재 작가 겸 모델로 일한단다. 사이메는 베르나의 외모가 예쁘다며 만족해하며 좋아했다.
 무거운 배낭과 더운 날씨 탓에 시원한 음료를 주문했는데, 나도 모르게 원샷을 해버렸다. 베르나는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았다며 식사를 주문했다. 사이메와 베르나는 터키어로 신나게 대화했다. 나는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진에 취미가 있는 Berna는 필름 카메라를 소지하고 다녔다.


 베르나의 식사도 끝나고, 대화도 마친 우리 일행은 바깥으로 나왔다. 사이메는 대화를 나눠보니 좋은 사람 같다며 안심이 된다고 했다. 할리메와 사이메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순식간에 베르나와 단 둘이 남으니 뭔가 어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베르나는 영어를 잘 못 했다. 자신의 영어 실력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듣고 읽는 건 잘 하는데, 말하기를 잘 못 한다고 했다.
 베르나의 집까지는 택시 같이 생긴 차를 타고 갔는데, 작은 마을 버스 같은 개념인듯,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탔다.








Beşiktaş, Istanbul, Turkey



 베르나의 동네는 베식타쉬[Beşiktaş]라는 곳으로, 보스포러스[Bosphorus]해협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Beşiktaş, Istanbul, Turkey







Beşiktaş, Istanbul, Turkey







환영하는 Berna



 계단을 올라, 베르나가 현관문을 열며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반겼다. 거실, 방 두 개, 부엌, 화장실, 혼자 살기엔 조금 큰 크기였는데, 예술하는 사람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실내를 예쁘게 꾸며놨다.




 거실 소파에 앉아 간단히 술을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눴다. 베르나는 작가로서 잡지와 어린이용 동화책을 쓰는데, 취미로 사진, 그림 그리기, 술, 독서를 즐긴다고 했다.












 조금 있자 베르나의 친구 나잔[Nazan]이 놀러 왔다. 그녀의 직업은 사진 작가인데, 주말에는 필라테스 강사로도 일한단다. 나잔은 영어를 잘 해서, 베르나와 나 사이에서 많이 통역을 해주었다.
 함께 술을 마시며 터키와 한국의 문화, 연애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특히, 그들은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두 시간 대화를 나누다가, 나잔은 집으로 가고, 베르나는 자신의 침실로 잠자러 갔다. 나는 거실의 소파에 베르나가 마련해준 잠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