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 2012

 비행기에서 자려고 했지만, 거의 한 여서일곱 시간을 뒤척이기만 했다. 다른 승객들은 어떻게 다들 그리 잘 자는지, 비행기에 나 혼자 깨어있는 것 같았다. 졸려 죽겠는데 잠은 못 자고, 이것이 불면증의 고통인가 했다. 이렇게 피곤해서 도착해선 하루 종일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두번째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피곤하고 졸린 탓에 입맛이 없었지만, 에너지 비축을 위해서라도 다 먹었다. 비행기에서 할 게 없어서 핸드폰으로 일기를 잘 썼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일기를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느덧 비행기가 터키 상공을 날고 있었다. 중앙 좌석이라 창문 너머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얼핏 얼핏 사람들 머리 사이로 보이는 주황색 지붕의 집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확실히 이국의 모습이었다. 비행기가 점점 고도를 낮추었다. 급격한 기압차 때문에 귀가 아팠다.

 덜컹덜컹 거리며 비행기가 착륙하였고, 활주로를 달리다 점점 속도를 낮추어 멈추었다. 터키 시간으로 새벽 여섯시, 드디어 도착이다. 공항 게이트에서 밖을 보니 날이 밝았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여섯시인데도 밝다. 공항의 터키 여객기들이 보인다. 혼자서 이렇게 이국 땅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Atatürk International Airport, Yeşilköy, Istanbul, Turkey



 입국 심사대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 혼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웬 남자가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모자를 쓰고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다. 나는 실내에서 선그라스 끼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아무튼 용건은, 방금 비행기 타고 도착했는데, 저기 다른 데서 사람들 뒤에 줄을 서서 입국 심사 받으러 갔더니 입국을 안 시켜준다면서 어떻게 해야하냐며,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 왔는데 뭘 알겠는가. 지금 내가 줄 서있는 곳이 외국인용(비 터키인) 입국 심사대라고 알려주고 내 옆에 줄을 세워주었다. 영어 한 마디 못 함은 물론 기본적인 단어 조차도 잘 모르고 혼자서 외국을 다니는 것이 나보다 용감하다 생각했다.
 나는 배낭 여행으로 혼자 왔다고 간단히 소개하며 혼자 여행 왔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사업상 온 거라며, 이스탄불에 잠깐 머물렀다가 또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본인은 유럽에서도 너무 바빠서 제대로 구경도 못 했다고 불평했는데, 뭔가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의 빵모자와 선글라스 때문이었는지, 괜히 건들거리며 허세부리는 성격의 사람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이스탄불 중심까지 차를 얻어 탈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시내까지 차 타고 가면 나도 잠깐 태워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기 마중 나오는데 자기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며 곤란하다고 했다.
 입국 심사대 앞에 줄을 섰던 사람들이 모두 빠지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나는 그에게 먼저 양보하였다. 입국 심사대 앞에 선글라스와 모자는 벗어달라는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직관적인 협조 안내 그림이 있었지만, 역시 예상대로, 그는 그냥 빵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채로 갔다가 심사관에게 지적 당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은 그는 무사히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였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행여 편도 항공권 때문에 입국 거부가 되지는 않을까 긴장이 되었다. 최대한 심사관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여권을 내밀며 "메르하바"[Merhaba]라고 터키어로 인사하였다. 처음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보던 심사관은 미소를 지으며 "메르하바"라고 응대해주었다.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심사관은 내 얼굴을 한 번 보더니 입국 허가 도장을 여권에 찍어주었다. 그렇게 입국 심사대를 거쳐 드디어 나홀로 터키로 입국하였다.

Atatürk International Airport, Yeşilköy, Istanbul, Turkey



 아타투르크[Atatürk] 공항은 의외로 컸다. 먼저 화물 찾는 곳에서 나의 배낭과 기타를 찾았다. 커다란 배낭을 등에 매자 사람들이 쳐다봤다. 한국에서 자정에 출발 후 11시간의 비행 시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탓인지 배낭을 매고 기타를 드니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공항의 출구가 너무 많아 어느 쪽으로 나가야 할 지 몰라서, 혹시 공항의 지도나 근방의 지도를 구할 수 있을까 안내 센터를 찾아 갔지만 지도는 없다고 했다. 지도를 원하면, 공항에 서점이 있으니 거기서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그냥 나의 방향 감각을 믿고 나가기로 했다. 공항 문을 나서서 무작정 일단 큰 도로가 있는 쪽으로 걸어 나갔다. 차도 옆의 인도를 열심히 따라 걷다보니, 인도가 끊어지고 차도만 앞으로 이어졌다. 그 길로는 계속 갈 수 없어서 다시 왔던 길로 뒤로 돌아갔다.

Atatürk International Airport, Yeşilköy, Istanbul, Turkey



 다시 공항 내에서 주변 지도나 약도라도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려 하니, 출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다. 한국에서는 탑승수속을 밟을 때 소지품 검사를 했는데, 여기선 공항에 들어갈 때부터 했다. 배낭이 검사대를 지나가자 배낭의 내용물을 보자고 한다. 수술 장갑을 낀 공항 직원이 배낭을 열고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그 배낭을 체계적으로 싸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저렇게 풀어헤치다니, 정말 얄미워보였다. 다행히 모든 짐을 꺼내진 않았고, 검사대를 지날 때 문제가 되었던 노트북을 확인 후에는 이제 됐다며 검사를 마쳤다.
 공항 내에서 공항 지도나 약도를 보려고 찾아보았지만 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공항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로 했다. 차도 옆의 인도를 걷다가 인도가 끝나는 부분에 서서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서있는데, 공항직원인지 관리요원인지 한 남성이 다가왔다. 터키어로 나에게 말을 하는데, 당연히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었더니 못 한단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제스쳐를 취하자, 다시 바디 랭귀지를 섞어가며 터키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대충 공항 내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면 안 된다는 말 같았다. 괜히 타국에서 나의 개인적 고집 때문에 폐를 끼치고 문제를 일으키긴 -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처럼 - 싫었기에 공항에서 히치하이킹은 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다시 공항 건물로 돌아갔다.
 공항에서 씨티뱅크 ATM에서 현금을 조금 찾아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스탄불 시내 중심이라는 탁심[Taksim]으로 향하는 공항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승객이 별로 없었다. 곧 버스는 출발하였고, 창가에 앉아 가는 동안 터키의 거리를 구경하였다. 낯설은 풍경이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버스는 어느덧 이스탄불의 시내로 들어온 듯 했다. 시내임에도 도로는 상당히 곡선이 많았다. 아마도 옛 건물과 거리가 그대로라 그런 거 같다. 얼마나 갔을까? 버스가 멈추었고, 버스 기사가 무어라 말했다. 아마 탁심에 도착했나 보다.

Taksim, Istanbul, Turkey



 버스에서 내리자마 적응 안 되는 낯선 환경에서 무얼 어찌 해야할 지 몰랐다. 아직 아침 시간이라 인터넷에서 구한 친구에게 연락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일까봐 주위를 좀 둘러보고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거리의 건물들은 확실히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금 걷다보니 저 앞에 광장 같은 것이 보였다. 아마 그 유명한 탁심광장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 곳으로 향하였다. 사람이 많지 않고 한산했는데, 원래 한산한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알 수는 없었다. 광장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좀 보낸 후, 주변 사람에게 전화기를 빌려 친구에게 전화를 하려 하였다. 아까부터 광장에 앉아있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한테 영어로 부탁을 하였는데,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애를 써서 쉬운 단어와 바디 랭귀지로 부탁을 했지만 결국엔 싫다며 거절을 했다. 싫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 "OK, Thank you.".
 이번엔 다른 편에서 아까부터 서성이던 내 또래의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을 하였다. 역시 영어는 못 했지만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이렇게 두 번 연속으로 거절 당하자 전화 한 통화 빌리는 것도 이렇게 힘든가 생각이 들면서, 한국에서 길거리에서 잠깐 도와달라던 유색 인종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 또한 이곳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까? 웬지 앞으로의 여행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중년의 아주머니께 부탁을 하였다. 아주머니는 영어를 좀 이해하시는 듯 했다. 내가 전화번호를 보여주며 여기에 전화를 걸고 싶다고 하였더니, 대신 전화를 걸어주시고는 통화까지 해주신다. 터키어로 뭔가 얘기를 하는데, 현재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는 듯 하였다. 그리고는 곧 전화기를 나한테 넘겼다.
 "Hello?" "Hi."
 다행히 영어를 잘 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데리러 갈테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통화를 마치곤 아주머니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는 그 친구가 올 때까지 광장에 앉아서 기다렸다.

Taksim square, Istanbul, Turkey







Taksim square, Istanbul, Turkey







Taksim square, Istanbul, Turkey






 광장에 앉아서 기다린지 대략 20~30분쯤 후에 히잡[Hijab]을 쓴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나를 호스트해주기로 한 친구, 할리메[Halime]였다. 이렇게, 외국에서, 일면식도 없던 외국인과 만나니 뭔가 어색하고 신기했다.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버스 승강장으로 향했다. 할리메가 사는 곳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고 했다.
 할리메가 사는 곳은 Kağıthane라는 곳으로,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조용한 동네였다. 버스에서 내려 5분쯤 걷자 할리메가 사는 동네가 나왔다. 할리메는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었다.

Kağıthane, Istanbul, Turkey



 집에 들어가자 할리메의 여동생 사이메[Saime]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할리메는 사이메와 함께 둘이 살고 있다. 그리고 바로 내가 묵을 방을 안내해 주었다. 침대에 쇼파까지 있다. 할리메와 사이메의 침대는 다른 방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자면 된다고 했다. 혼자 독방을 쓸 줄은 몰랐는데, 호텔보다 더 좋은 시설이다.








 짐을 풀고 간단히 정리를 하고 나오니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이 다 차려지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TV를 보았다. TV에는 만화가 나오고 있었는데, 당연한 거지만 만화 캐릭터들이 터키말을 해서 신기했다. 곧 식사 준비가 끝났고 아침 식사를 하자고 했다.

Haliem & Saime
 식탁 위에는 빵과 각종 치즈와 잼, 꿀, 토마토와 오이, 올리브 등이 차려져있었다. 치즈나 잼들은 모두 고향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터키에서 이렇게 먹는 것이 일반적이냐고 물으니, 거의 대부분의 터키 가정에서 아침은 이렇게 먹는다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터키 식사 문화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그들의 고향은 흑해쪽인데, 사이메가 지역 전통 노래를 직접 불러주고, 춤도 보여주었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에 쑥쓰러움이나 부끄러움 없는 모습이 신기했다.



 터키인들에게 노래와 춤 문화는 삶의 일부로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 했다. 예를 들어, 터키에서는 결혼식에서 모두 함께 춤을 춘다. 한국에서는 춤이나 노래는 특별한 때에만 접할 수 있다고 했더니 잘 이해를 하지 못 하였다. 삶을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문화인데, 그것을 평소 삶에서 즐기지 않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나 또한 그렇게 느꼈다.
 한국에서 어느 누가 전통 춤이나 노래를 즐기는지, 아니, 전통 문화는 고사하고 평소 삶에서 춤이나 노래를 즐기지도 않는 것이 사람들의 내면에 여유가 없어서인지, 과연 우리나라에 "문화"라는 것이 있는지 생각하며 마음 한 편이 씁쓸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터키의 차, 챠이[çay]를 마시며 로쿰[Lokum]이라는 터키 전통 간식을 먹었다. 전통 간식은 일종의 젤리 같았는데,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터키에서는 항상 식사 후에 차를 마신다고 했다.

Lokum

 덕분에 잘 먹었다고 설거지를 해주려고 했는데, 주방에서 절대 그러지 못 하게 했다.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한국 인사동에서 산 기념품들을 보여줬더니 아주 좋아했다. 다섯 개나 사 간 부채는 인기가 제일 없었고, 젓가락에 가장 큰 관심들을 보였다. 할리메와 사이메, 둘 다 젓가락을 선택했다.

 거실에 앉아서 기초적인 터키어를 배우는데 TV에 심슨[The Simpsons]이 나왔다. 터키어를 하는 심슨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영어 음성에 터키어 자막으로 방영하여 실망하였다.

 두 시에 할리메의 한국어 수업이 있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세종어학당"이라는 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이스탄불 시내 중심인 탁심에 있단다. 아무래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조금이라도 일당을 벌거나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선생님이 한국인이니 최소한 유용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집을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데 오래된 유적지 같은 것이 보여서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슬람교에서 예배를 올리는 사원, 모스크[Mosque]라고 한다. 터키에는 모스크가 많이 있다고 했다. 동네에 있던 모스크는 그냥 흔한 것들 중 하나였다.

동네의 Mosque



 48번 버스를 타고 탁심으로 갔는데 버스에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데 어색했다. 여기선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확 와닿았다.

Taksim 거리 입구
 탁심 광장 근처의 정류장에서 내려, 탁심 거리로 들어섰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서울의 명동 같았다. 하지만 규모는 훨씬 더 크고, 건물들은 모두 고풍스럽고 예쁘게 보였다. 지금은 어학당 가는 길이라 대충 훑어보며 지나가지만 나중엔 제대로 구경해야겠다 생각하면서 걸었다. 어학당은 탁심 거리의 뒷골목 쪽에 위치하여, 가는 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세종어학당, Taksim, Istanbul, Tukey







세종어학당, Taksim, Istanbul, Turkey



어학당 선생님이 주신 간식

 세종어학당의 건물 또한 고풍스러웠다. 하지만 외관과는 달리 내부에 엘러베이터가 있어서 의외였다.
 교실에 들어가니 선생님 혼자 계셨는데, 선생님은 한국인 아주머니였다. 교실에 들어가자 한국어로 맞아주신다. 하루종일 타지에서 영어와 터키어만 접하다가 한국어를 접하니 어색했다. 고작 하루만에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내 자신이 좀 웃겼다. 선생님은 터키에 온 지 12년 됐는데, 이스탄불 말고도 터키엔 가볼만한 데가 많다고 추천해주셨다.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할리메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보통 여섯 일곱 명의 학생이 오는데, 오늘은 할리메 밖에 오지 않았다. 곧 수업이 시작하였고, 대략 두 시간 반의 수업 시간 동안에 나는 터키어 공부를 하였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탁심 거리로 나왔다. 사람들이 정말 많고 붐볐다. 그러한 거리 양 옆으로는 알 수 없는 예쁜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거리를 걷는 동안에 이 빌딩은 뭐냐, 저 빌딩은 뭐냐 물었는데, 할리메 또한 대부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해 보일 법한 건물이 여기서는 그냥 흔하디 흔한 건물들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Taksim street, Istanbul, Turkey



 길을 걷는데 Halime가 케밥[Kebap]을 먹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좋아한다고 했더니 케밥을 사준다해서 케밥 식당으로 갔다. 식당을 들어가자마자 화려하고 예쁜 실내 장식에 놀랐다. 2층으로 올라갔는데, 탁심 거리를 볼 수 있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좋았다.
 터키 현지에서 처음 맛보는 Kebap은 보통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이었는데, 맛은 정말 맛있었다. 가격은 대략 한국 원화로 7,000~8,000원이었는데, 일단 양이 정말 많아서 행복했다. 배가 고파서 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도, 피곤한 탓인지 양이 많은 탓인지, 다 못 먹었다. 나중에 아쉬울까봐 마지막까지 한 입 더 먹으려 노력하였으나 끝내 다 먹진 못 하였다.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알렉산더의 이름을 딴 케밥 요리, 보기 보다 양이 많았다.







테라스에서 본 거리의 경찰. 들고 있는 총이 무섭게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터키 차를 마신 후 - 매일 매일 끼니마다 차를 마셨다 - 다시 거리로 나왔다. 조금 걷자 예쁘게 생긴 교회가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들 구경하고 있길래 구경하러 들어갔다.



Taksim, Istanbul, Turkey





















탁심 거리에서의 내 모습










 거리를 걷다가 종종 거리의 악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실력들이 매우 뛰어났다. 나도 기타를 치며 외화벌이를 할 생각을 했었는데, 완전 기가 죽었다.




 탁심 거리를 다니며 구석구석 뒷골목도 구경하러 다녔다. 뒷골목은 사람이 없어 한산했는데, 그 분위기가 좋았다.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탁심 거리의 건물들의 사진을 연신 찍어대는 내 모습이 현지 사람이 보기엔 재밌나보다. 함께 동행하던 할리메도 그렇고 길거리의 사람들도 그렇고 나를 흥미롭게 본다. 한국에선 건물들이 직육면체에 가까운 밋밋한 모습인데 여기는 건물들이 예술품처럼 정성이 들어가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거리에서 웬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녀석이 "Hello?" 하길래 내가 "Hello."라고 대답해주었더니 "라멘"이라고 하고는 가버렸다. 대략 아시아인의 이미지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Taksim, Istanbul, Turkey



 탁심 거리의 길을 따라 쭉 걷다보니 이스탄불의 명소 중 하나인 갈라타타워[Galata tower]에 왔다. 위에 올라가면 이스탄불이 한 눈에 다 보인다는데, 줄을 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올라가보는 것은 포기하였다. 아마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나중에 기회되면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Galata tower, Taksim, Istanbul, Turkey







길을 걷다 잠자는 고양이를 발견하였다. 이스탄불의 오후, 낮잠 자는 고양이.







Karaköy, Istanbul, Turkey


 할리메의 동생, 사이메와 합류하였다. 어느덧 탁심 지역에서 벗어나 갈라타 브릿지를 통해 작은 해협을 건넜다.
 건너는 길에 웬 터키 소년들이 다리 난간에 서있고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소년들이 다리 위에서 서로 누가 먼저 뛰어내릴까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를 구경 중이었다.















Golden horn, Istanbul, Turkey








Golden horn,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해협을 건너자 큰 규모의 모스크가 있었다. 이름은 예니자미[Yeni Camii]라는데, 터키어로 "새로운 사원"이라는 뜻이란다.





 할리메는 사원에 기도하러 갔고, 그 동안에 사이메와 둘이 사원 바로 근처에 있는 시장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시장의 이름은 Mısır Çarşısı, 터키어로 '이집트 시장'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향신료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종류의 가게들도 많다고 한다.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아침에 먹었던 로쿰,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었다.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시장에선 향신료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Mısır Çarşısı, Istanbul, Turkey








 양탄자 가게의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냐며 나를 붙잡더니 자신은 한국 사람 좋아한다며 안 사도 되니까 들어와서 구경만 하다 가라고 했다. 뭐 뻔히 장사꾼 멘트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알아봐주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시장 구경을 마치고 할리메가 기도하러 간 사원으로 갔다. 사원 외벽에는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씻을 수 있도록 수도꼭지들이 있었고,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씻는 것을 볼 수 있었다.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사원 내부로 들어갔다. 비교적 조용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할리메는 기도를 마치고 앉아서 쉬고 있었다. 사원 내부에 아랍 문자가 쓰여진 방패 같은 것이 곳곳에 있었는데, 이슬람교에서 중요한 사람 - 아마도 성인 - 들을 뜻한다고 한다.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할리메가 사원의 기둥들이 모두 다 다르다고 보라 했다. 정말 기둥 하나 하나가 다 달랐다.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The Yeni Camii, Eminönü, Istanbul, Turkey


 사원에서 나와 시장 옆 뒷골목 길을 걸었다.




Eminönü, Istanbul, Turkey


 골목길에서 팔던 과일도 사먹었다. 한 봉지를 잔뜩 사서 저녁 내내 걸어다니며 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 원채 과일을 잘 먹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지라 뭔 지 모르겠지만, 에맄[Erik]이라고 했다.










 길을 걷는데 가게 점원이 사이메와 할리메에게 내가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갑자기 그 가게의 점원들 네다섯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짝짝 짝 짝 짝" 박수를 치고는 "대~한민국!"을 외쳤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터키의 커피 가게


 길을 걷다 조그만 사원 입구가 보였는데, 사이메와 할리메가 가보자고 해서 따라 갔다. 그들도 처음 보는 사원이었다.

Istanbul, Istanbul, Turkey


 그냥 동네 흔한 모스크 중 하나인가 보다. 그 전에 보았던 모스크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고, 사람도 없고 오직 관리인만 있었다. 사이메가 모스크에 대해 뭔가 물어보는 듯 관리인과 대화를 나누고는 봉지의 에맄을 관리인에게 좀 나눠주었다.

Istanbul, Istanbul, Turkey







이슬람교의 성경인 쿠란,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Istanbul, Istanbul, Turkey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대략 여덟시쯤 되니 거리의 가게들이 벌써 모두 문을 닫았다.

Istanbul, Istanbul, Turkey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한 모스크에 왔다. 할리메와 사이메는 이곳에서 기도를 할 거라 했다. 비교적 규모가 컸는데,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내 여행에서 처음 맞이하는, 이스탄불에서 처음 맞이하는 저녁이다. 낮엔 더웠는데, 해가 저무니 선선한 것이 좋았다.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하늘을 보니 서울보다 공기가 훨씬 깨끗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은 맑고, 달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였다.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모스크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밖에 나와 이스탄불 시내와 해협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Istanbul, Istanbul, Turkey







Istanbul, Istanbul, Turkey







Istanbul, Istanbul, Turkey


 20~30분 쯤 기도시간을 기다리며 밖에서 산책하고 경치를 감상하다가, 기도시간이 다 되어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모스크 내부에서 다리를 노출하면 안 된다 하여 치마를 입었다. 물론 치마는 모스크에서 대여해주었다.
할리메와 사이메가 나의 치마 입은 모습이 재밌다며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곧 기도가 시작된다며, 사이메와 할리메는 기도 장소로 갔다. 기도를 할 때는 남자와 여자는 따로 한다고 했다. 남자는 앞쪽에서, 여자는 뒤쪽에 따로 분리된 공간에서 기도를 한단다. 나는 휴식 공간에 앉아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기도가 시작된 후에도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늦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빠른 걸음을 걷거나 뛰기도 했다. 그들의 기도에 임하는 모습으로 종교에 대한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기도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두워졌다. 모스크의 조명을 받은 모습이 너무 예뻤다. 뿐만 아니라, 기도 전에 내려다 보았던 시내의 야경 모습 또한 멋졌는데,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Süleymaniye Camii, Istanbul, Istanbul, Turkey







모스크 옆의 거리, 야외에서 차나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오후에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 향신료 시장이 있던 곳까지 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단다. 해가 진 시장뒷골목길은 무섭게 느껴졌는데, 사이메와 할리메는 무섭지 않은가 보다. 나에게는 어두운 피부색에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터키 남자들이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이들 자매에게는 그냥 가게 아저씨들로 보이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앞쪽 자리에 겨우 걸음마를 뗀 아기와 그녀의 부모가 앉아 있었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마다 그 아기를 한 번씩 안아주거나 뽀뽀를 해주거나 인사를 해주었다. 그 아기의 뒷자리 아저씨도 아기를 들고 안아서 놀아주고, 그 옆에 앉은 사이메도 아기를 안아주고 놀아주었다. 일반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자 사이메가, 내가 저녁을 안 먹어서 배고플 거라며, 야식을 차려주었다. 밥과 콩으로 만든 스프, 그리고 요거트와 잼이다. 콩으로 만든 스프는 마치 한국의 비지찌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요거트에 잼을 넣어서 먹는다

히잡을 쓰고 기도에 대해 설명해주는 Saime
 야식을 먹고 사이메는 또 기도를 했다. 사이메는 평소에 히잡을 안 쓰는데 기도할 때는 히잡을 썼다. 이슬람교인이라면 여자는 히잡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개인의 기호란다. 하지만 자신이 히잡을 안 쓴다고 종교적 신념이 약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자신은 다른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보다도 진지한 무슬림에 속하는 편이라고 했다.
 기도를 왜이리 많이 하냐고 물었더니 하루에 다섯번 기도를 한다고 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 스스로 매일 매일 다섯번씩 이렇게 정성껏 기도를 하는 것이 대단해보였다.

 방에 들어가 믿기지 않는 하루 - 아침부터 대사관에 전화하며 편도 항공권 출입국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배낭을 싸고, 무거운 배낭을 매고 서울역에서 헤매고, 공항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국을 기다렸다가,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 뒤척이고, 드디어 마침내 이스탄불에서 돌아다니며 새롭고 낯선 사람들과 환경을 접한, 정말 긴 하루 - 를 돌이켜 생각하며 잠을 청하였다.

1 comment:

  1. 효진아 , 너의 첫 유럽여행지 이스탄불에서 좋은 숙소와 여친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삼촌도 몇 년전 남웅이랑 같이 여행 했던 기억이 너 사진 보니 생생하구나.
    멋진 풍경,좋은 기억,새로운 경험등을 잘 기록하여 좋은
    여행서가 나올수 있도록 하고 항상 건강하고 기분 좋게 여행하렴... 시간 날때 마다 이 홈피에서 같이 여행하자. 김세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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